구스타프 말러.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를 잇는 독일 교향악 거장 계보의 마지막 주자다. 세기 말 빈을 무대로 장엄한 선율을 쌓아올렸지만 그의 생애는 어둡고 힘겨웠다. 2010년, 2011년 두 해 동안 전 세계 클래식계는 그에 빠져 있었다. 한 해 걸러 '탄생 150주년' '서거 100주기' 기념 무대가 열리면서 한편에선 말러리안(말러 추종자)들의 세력은 불어났다.

　말러를 향한 추앙의 물결은 새해 첫달까지도 이어진다. 새해를 여는 신년음악회 주제를 그의 교향곡으로 삼는 무대가 잇따르기 때문이다. 연초 클래식 무대를 도배해온 드보르자크의 신세계교향곡은 오히려 찾기가 힘들어졌다.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 신년음악회의 종가(宗家) '빈'에 적을 둔 왈츠, 오페레타 연주는 여전히 건재하다. 젊은 연주자를 내세워 패기만만한 무대로 새해를 알리는 공연도 있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올리는 신년음악회엔 클래식 팬들을 홀릴 소재가 여럿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새해 첫 연주곡으로 선택한 곡은 말러교향곡 1번 '거인'이다. 1889년 초연됐고 1893년 대대적인 수정을 거쳤던 이 곡은 청년 말러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선율이다. 말러 생전엔 한 번도 호평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교향곡.

　최근 2년 동안 말러교향곡 전곡을 시리즈로 무대에 올려 말러 열풍을 일으켰던 시향은 지난해 11월 유니버설뮤직 산하 도이치그라마폰을 통해 이 곡을 연주한 음반까지 냈었다. 올해 신년음악회는 지난 2년의 결산이자 그간 향상된 기량을 뽐내는 자리의 의미도 있다. 협연자는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다. 지난달 말 9년 만의 단독 리사이틀로 자신감을 확보한 정경화는 올해 월드투어길도 오른다. 이번 무대에선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정명훈의 지휘에 맞춰 연주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1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칠 신년음악회 주제도 말러교향곡이다. 지휘자 최희준은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소프라노 신지화, 메조소프라노 이아경, 국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등과 함께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말러 2번'은 삶과 죽음의 철학적 고뇌가 담긴 대작으로 수많은 연주자들에게 지휘의 꿈을 심어준 곡이다. "또 한 번 도약하자는 의미로 이 곡을 선택했다"고 악단 측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