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모테트합창단 공연 모습.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국내 유일의 민간프로합창단으로, 맑고 깨끗한 울림, 정제된 화음, 깊이 있는 음악으로 순수합창의 진수와 교회음악의 이상을 꾸준히 제시해 오고 있다.

교회음악 본질 추구 소명 외길…31일 정기연주회

25년 외길을 걸었다.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합창단을 만들고, 음악가로서 최선의 음악을 선보이며 하나님 말씀이 뿌리내릴 수 있는 옥토로 가꿔왔다. 그들이 음악을 탐구하게 된 것도 신앙생활을 통해서였고, 그들이 음악에 눈 뜬 곳도 교회였기 때문이다. 교회음악의 바른 이상을 제시해온, 대한민국 교회음악의 대명사 서울모테트합창단(단장:박치용)이 창단 25주년을 맞았다.

박치용 단장이 올곧게 걸어왔던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1989년이었죠. 최선의 음악을 추구해 정직한 모습으로 하나님께 다가가고, 아울러 기독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찬송과 교회음악을 연구하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원들이 전업으로 삼지 않았는데, 1990년 1월부터 모두가 하던 일을 내려놓고 합창단에 집중했습니다.”

창단 1년도 안지나 서울모테트합창단은 전문직업합창단으로 전환됐다. 하나님께 올리는 사역이 삶의 두 번째 일이 되면 안된다는 판단이 앞섰다. 소명이 단원들의 삶을 바꾼 것이다.

그때부터 고생길이 열렸다. 국가나 기업에서 운영하는 단체와 달리 재정적인 어려움이 빈번했다. 실력 있는 단원을 붙잡지 못하는 경우가 일수였고, 여의치 않는 사정 속에서 개성 많은 단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차례 위기가 엄습했지만 한 가지만은 꿋꿋이 지켜나갔다. 교회음악의 본질 추구라는 목표 아래 우리의 음악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 “찬송은 은혜의 열매” 박치용 단장은 은혜의 열매를 통해 하나님이 인간에게 선물로 내린 영적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희가 공연했던 모든 곡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반영합니다. 대형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든 소외된 지역의 열악한 환경에서 연주를 하든, 음악가의 양심을 하나님 앞에서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같이 희생하고 동고동락한 단원들이 있었기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열정과 희생은 비로소 열매를 맺었다. 2004년 게일문화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4년 올해의 예술상 음악부문 우수상, 3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음악부문 대통령상, 2011년 제6회 대원예술상을 연이어 수상하면서 음악적 업적과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해 협연한 바흐음악의 거장 헬무트 릴링은 “합창단은 나의 기쁨”이라며 “수많은 합창단과 연주를 해봤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 같이 바흐음악을 잘 이해하고 훌륭히 소화해내는 합창단은 많지 않았다.”는 찬사를 보냈다.

이들의 음악을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다. 다행히 서울모테트합창단이 선보이는 교회음악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31일 제93회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창단 25주년 기념으로 5번의 걸작시리즈 연주를 기획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 첫 번째 공연이다. 바흐의 ‘H-moll Messe BWV232(B단조 미사)’로 걸작시리즈의 서막을 올린다. ‘B단조 미사’는 이미 10주년과 15주년, 20주년에서 무대에 올렸지만,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또다시 선정됐다.

“바흐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하나님이 우리에게 내려주신 은혜가 얼마나 크고 풍성한지 음악을 통해 표현했다. 그런 면에서 바흐의 음악은 우리 내면에 있는 본질적 가치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그중에서 B단조 미사는 최고의 걸작이다.”

급변하고 다양해지는 세상 속에서 교회는 병들어 가고, 교회문화마저 세속화의 물결에 휩싸여 본질 추구를 외면하고 있다. 박치용 단장은 위중한 상황에서 교회음악이야말로 하나님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교회음악이 인간의 영혼을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찬송은 은혜의 열매입니다. 교회와 사회가 치유하기 힘든 병이 걸린 이 때, 모테트합창단이 선사하는 은혜의 열매를 맛보며 영혼을 회복하기 바랍니다.”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음악, 순수합창의 진수를 선보이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제93회 정기연주회는 3월 3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문의:02-579-7295)